고속화, 자동차와 경쟁서 우위...초고속車 개발땐 '항공' 능가
친환경, 이차전지ㆍ수소연료 탑재...에너지효율↑ 기술 중요
안전성, 자동차 대비 10배 안전...4차산업기술로 '휴먼에러' 예방
"대규모 인프라투자+유지관리비용...'더 경제적 철도' 구현해야"
"어려운 韓 철도여건 극복, 기술적 주제 발굴ㆍ논의 장 마련"
경부고속선 천안아산역 인근을 교행하는 KTX. 2004년 당시 한국에서 첫 개통한 고속선 구간이다. 2022.08.21 / 박병선 객원기자
올해가 경부고속철도 개통 20년이고 한국고속철도차량의 해외수출도 이루어졌다. 이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향후 20년의 기술 추세를 그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철도와 인연을 맺은 지도 30년이 다 되어간다. 1980년 말경 국가적으로 경부고속철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1992년에는 경부고속철도가 착공되었다.
필자는 당시 정부출연연 연구원으로 자동차 안전성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부서에서도 고속철도사업에 관여하고 있었으나 애써 참여를 외면하고 있었다. 자동차에 비하여 철도는 낙후되고 발전이 정체된 기술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정서 본지 편집위원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1996년에 철도공단(당시 고속철도건설공단)에서 프랑스 고속철도핵심기술 11개분야에 대하여 이전 연수자를 모집을 하였고, 여기에 응모하여 철도차량충돌안전도 설계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철도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후 직장을 옮겨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에서 철도연구와 교육을 하면서 "한국 철도산업에 전망이 있는가?"는 질문을 수 없이 받았지만 자신있는 답변을 한 기억이 없다. 바쁘기도 했고 철도산업 전체를 통찰해 볼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년이 다 되어서 연구과제도 줄이고 철도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비로소 나름의 결론을 얻게 되었다. 먼저 글로벌 철도산업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이유로 그 발전 속도는 더디지만 중장기적으로 매우 유망한 첨단산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첫째는 철도의 고속화 추세이다. 18세기말에 출현한 증기기관차는 20세기초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까지 대중교통과 물류의 총아였다. 또 20세기 중반부터 상용 항공기가 보급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장거리 교통수요마저 잃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고속철도가 개발되면서 자동차와 경쟁에서 속도 비교우위를 갖게 되었고, 세계 곳곳에 거대도시가 출현하면서 도시철도도 정시성에서 자동차를 압도하고 교통체증 해소의 열쇠를 쥐게 되었다.
현재 우리도 고속열차와 도시철도가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된 이유이며, GTX가 개통되는 등 미래에는 더욱 빠르게 거대 도시내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또 국민소득 1만불 내외의 신흥 개발국들도 고속화 철도 도입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국제적으로는 시속 600km 이상의 초고속열차가 상용화가 목전에 있고, 시속 1000km 수준의 하이퍼루프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서 더 빠른 철도는 속도에서도 항공교통을 능가할 예상이다.
호남고속선을 달리는 KTX-청룡. 시속 320km급 고속열차로, 4월 1일부터 영업운행에 들어갔다. 2024.5.8 / 박병선 객원기자
둘째는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21세기 들어서 글로벌 환경문제는 탄소배출 교통수단을 점진적으로 퇴출하고 있는 추세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나 항공기에 비하여 일반 전기철도는 탄소배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더 친환경적인 철도의 최신 주제로는 탄소배출이 없으며, 도시미관을 해치고 안전문제도 야기할 수 있는 철도가선을 제거한 무가선 이차전지탑재 철도차량, 수소연료전지탑재 철도차량 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도입 단계이지만 향후 기술발전과 더불어 가성비가 확보되면 보편적으로 보급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탄소배출이 낮은 소재 친환경소재 적용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울산항역에 정차한 수소전기트램. 2024.05.09 / 박병선 객원기자
셋째는 고안전성이다. 철도여객은 자동차에 비하여 대략 10배 수준으로 안전하다고들 한다. 항공교통과 비교하여도 크게 뒤지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높은 안전성은 철도운전체계뿐만 아니라 선로 인프라와 철도차량에 대한 상시 안전관리 및 유지관리 노력으로 가능한데, 비용을 줄이면서 더 안전한 철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IOT, Big data, AI, 자율운행 기술 등 4차 산업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실시간으로 철도 시스템의 안전 저해요소를 탐지하고 인적오류를 줄이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철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철도산업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유지관리 비용 때문이다. 자동차 도로나 항공의 하늘길은 유지관리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경우, 국가 간에도 고속철도망이 잘 구축되어 있으나 저가 항공에 비하여 가성비가 떨어져 중단거리 여객을 빼앗기고 있다.
따라서 더 경제적인 철도를 구현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철도인프라 구축과 열차 운행 및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특히 철도는 선로 위를 탈선없이 주행해야 하므로 초기 건설비용을 논외로 하더라도, 엄격한 선로 유지관리를 위해 노선 길이에 따라 투입되는 유지관리 인원과 물자가 경제성을 저해하는 주요인이다.
이를 줄이기 위하여 무궤도 열차 기술개발, AI를 탑재한 선로관리 자율로봇, IOT와 Big data를 이용한 CBM 기술, 철도 용품의 표준화ㆍ모듈화 등 4차 산업기술 적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철도시설물 자율주행 점검 로봇. 카메라와 라이다를 창작하고, 시속 20km의 속도로 선로를 자율주행하며 지장물을 찾아 실시간으로 알린다. / 사진=코레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철도기술은 더 빠르고, 더 친환경적이며, 더 안전하고 경제성 높은 철도가 기술발전의 추세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철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고, 대규모 투자자금이 동원되는 해외 철도시장진출도 쉽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제적으로도 중국의 적극적인 저가 물량 공세로 해외는 커녕 국내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철도는 차량구입, 전기ㆍ신호ㆍ통신인프라 설치, 건설인프라 구축 등 초기 투입 비용도 막대하지만, 장기간 유지관리 및 보수 비용도 매우 큰 것이 특징이므로, 저가의 초기 투입 비용에 현혹되어 국내 철도산업 기반이 붕괴되면 두고 두고 큰 비용과 불편을 감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철도공단, 운영기관, 산업체, 철도연구원,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국내 철도산업과 기술을 진흥할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본 지면은 철도경제신문 오피니언 한분 한분이 칼럼을 통해 한국철도가 지속발전할수 있는 아젠다를 발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 구정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
고속화, 자동차와 경쟁서 우위...초고속車 개발땐 '항공' 능가
친환경, 이차전지ㆍ수소연료 탑재...에너지효율↑ 기술 중요
안전성, 자동차 대비 10배 안전...4차산업기술로 '휴먼에러' 예방
"대규모 인프라투자+유지관리비용...'더 경제적 철도' 구현해야"
"어려운 韓 철도여건 극복, 기술적 주제 발굴ㆍ논의 장 마련"
경부고속선 천안아산역 인근을 교행하는 KTX. 2004년 당시 한국에서 첫 개통한 고속선 구간이다. 2022.08.21 / 박병선 객원기자
올해가 경부고속철도 개통 20년이고 한국고속철도차량의 해외수출도 이루어졌다. 이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향후 20년의 기술 추세를 그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철도와 인연을 맺은 지도 30년이 다 되어간다. 1980년 말경 국가적으로 경부고속철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1992년에는 경부고속철도가 착공되었다.
필자는 당시 정부출연연 연구원으로 자동차 안전성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부서에서도 고속철도사업에 관여하고 있었으나 애써 참여를 외면하고 있었다. 자동차에 비하여 철도는 낙후되고 발전이 정체된 기술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정서 본지 편집위원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1996년에 철도공단(당시 고속철도건설공단)에서 프랑스 고속철도핵심기술 11개분야에 대하여 이전 연수자를 모집을 하였고, 여기에 응모하여 철도차량충돌안전도 설계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철도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후 직장을 옮겨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에서 철도연구와 교육을 하면서 "한국 철도산업에 전망이 있는가?"는 질문을 수 없이 받았지만 자신있는 답변을 한 기억이 없다. 바쁘기도 했고 철도산업 전체를 통찰해 볼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년이 다 되어서 연구과제도 줄이고 철도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비로소 나름의 결론을 얻게 되었다. 먼저 글로벌 철도산업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이유로 그 발전 속도는 더디지만 중장기적으로 매우 유망한 첨단산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첫째는 철도의 고속화 추세이다. 18세기말에 출현한 증기기관차는 20세기초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까지 대중교통과 물류의 총아였다. 또 20세기 중반부터 상용 항공기가 보급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장거리 교통수요마저 잃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고속철도가 개발되면서 자동차와 경쟁에서 속도 비교우위를 갖게 되었고, 세계 곳곳에 거대도시가 출현하면서 도시철도도 정시성에서 자동차를 압도하고 교통체증 해소의 열쇠를 쥐게 되었다.
현재 우리도 고속열차와 도시철도가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된 이유이며, GTX가 개통되는 등 미래에는 더욱 빠르게 거대 도시내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또 국민소득 1만불 내외의 신흥 개발국들도 고속화 철도 도입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국제적으로는 시속 600km 이상의 초고속열차가 상용화가 목전에 있고, 시속 1000km 수준의 하이퍼루프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서 더 빠른 철도는 속도에서도 항공교통을 능가할 예상이다.
호남고속선을 달리는 KTX-청룡. 시속 320km급 고속열차로, 4월 1일부터 영업운행에 들어갔다. 2024.5.8 / 박병선 객원기자
둘째는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21세기 들어서 글로벌 환경문제는 탄소배출 교통수단을 점진적으로 퇴출하고 있는 추세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나 항공기에 비하여 일반 전기철도는 탄소배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더 친환경적인 철도의 최신 주제로는 탄소배출이 없으며, 도시미관을 해치고 안전문제도 야기할 수 있는 철도가선을 제거한 무가선 이차전지탑재 철도차량, 수소연료전지탑재 철도차량 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도입 단계이지만 향후 기술발전과 더불어 가성비가 확보되면 보편적으로 보급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탄소배출이 낮은 소재 친환경소재 적용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울산항역에 정차한 수소전기트램. 2024.05.09 / 박병선 객원기자
셋째는 고안전성이다. 철도여객은 자동차에 비하여 대략 10배 수준으로 안전하다고들 한다. 항공교통과 비교하여도 크게 뒤지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높은 안전성은 철도운전체계뿐만 아니라 선로 인프라와 철도차량에 대한 상시 안전관리 및 유지관리 노력으로 가능한데, 비용을 줄이면서 더 안전한 철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IOT, Big data, AI, 자율운행 기술 등 4차 산업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실시간으로 철도 시스템의 안전 저해요소를 탐지하고 인적오류를 줄이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철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철도산업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유지관리 비용 때문이다. 자동차 도로나 항공의 하늘길은 유지관리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경우, 국가 간에도 고속철도망이 잘 구축되어 있으나 저가 항공에 비하여 가성비가 떨어져 중단거리 여객을 빼앗기고 있다.
따라서 더 경제적인 철도를 구현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철도인프라 구축과 열차 운행 및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특히 철도는 선로 위를 탈선없이 주행해야 하므로 초기 건설비용을 논외로 하더라도, 엄격한 선로 유지관리를 위해 노선 길이에 따라 투입되는 유지관리 인원과 물자가 경제성을 저해하는 주요인이다.
이를 줄이기 위하여 무궤도 열차 기술개발, AI를 탑재한 선로관리 자율로봇, IOT와 Big data를 이용한 CBM 기술, 철도 용품의 표준화ㆍ모듈화 등 4차 산업기술 적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철도시설물 자율주행 점검 로봇. 카메라와 라이다를 창작하고, 시속 20km의 속도로 선로를 자율주행하며 지장물을 찾아 실시간으로 알린다. / 사진=코레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철도기술은 더 빠르고, 더 친환경적이며, 더 안전하고 경제성 높은 철도가 기술발전의 추세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철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고, 대규모 투자자금이 동원되는 해외 철도시장진출도 쉽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제적으로도 중국의 적극적인 저가 물량 공세로 해외는 커녕 국내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철도는 차량구입, 전기ㆍ신호ㆍ통신인프라 설치, 건설인프라 구축 등 초기 투입 비용도 막대하지만, 장기간 유지관리 및 보수 비용도 매우 큰 것이 특징이므로, 저가의 초기 투입 비용에 현혹되어 국내 철도산업 기반이 붕괴되면 두고 두고 큰 비용과 불편을 감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철도공단, 운영기관, 산업체, 철도연구원,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국내 철도산업과 기술을 진흥할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본 지면은 철도경제신문 오피니언 한분 한분이 칼럼을 통해 한국철도가 지속발전할수 있는 아젠다를 발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 구정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