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TSI 기반, 국가 간 철도운행 '상호호환'에 중점
韓 철도형식승인, 철도안전법 속해...미승인ㆍ처벌에 목적
철도서비스 확장 요구, 시설 표준화 검토 기반 마련돼야
철도 안전-표준 서로 연결..."표준화 유도ㆍ관리 무게둬야"
서해선을 달리는 KTX-이음. 개통 전 시설물 검증 등을 위해 시험운행에 투입된 열차다.
철도차량ㆍ용품의 형식승인제도가 도입되어 운용 중이다. 해당 법률의 내용은 이미 2004년 '철도안전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법률에 포함되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 상태였다.
그런데 2010년 운행이 시작된 KTX-산천의 잦은 장애와 2011년 2월 광명역 KTX 탈선에 대한 대응으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철도안전법'이 2012년 12월 전면 개정되었고, 2014년 3월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당시 개정문에 담긴 취지는 '세계 철도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경쟁 심화에 적극 대응하고, 철도차량ㆍ철도용품의 품질기준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비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형식승인제도가 도입된 이후, 차량에 의한 철도사고 및 장애 건은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2015년 호남고속철 개통, 2016년 수서고속철 개통 및 강릉선 개통 등 열차 운행이 많이 증가했음에도 차량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차량에 의한 철도사고 및 장애 건수 추이. / 출처=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형식승인제도'는 '철도안전'이 아닌 다른 형태로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형식승인제도'는 본래 유럽의 '상호운영성 기술기준(TSI, Technical Specification for Inter-operability)'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상호운영성'이란 통합된 하나의 유럽에서 차량(열차)이 다른 국가에서도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량 제작사에게 지키도록 하는 것이 '상호운영성 기술기준'인 것이다.
우리의 '철도안전법'의 하위법령인 '철도차량 기술기준'에 규정하고 있는 고속철도차량 기술기준, 일반철도차량 기술기준, 도시철도차량 기술기준 등은 모두 유럽의 '상호운영성 기술기준'을 모태로 우리 기술을 반영한 것이다.
즉 '형식승인제도'는 '철도안전법'에 있지만 운영되는 형태는 '표준화법'의 적용으로 볼 수 있다.
2004년 고속철도 개통, 서울도시철도 9호선 등의 성공은 우리 국민의 철도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증가시켰다. 이용객도 크게 늘어 일부 경전철과 공익서비스 노선을 제외하면, 열차 내 혼잡도가 매우 높다. 게다가 노선 연장, 역(驛) 신설, 직결 운행 등 철도서비스의 확장을 원하는 요구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시설에 대한 표준화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부분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신분당선 강남-신사 연장 구간 개통에 따라, 신규 투입한 전동차 내부. 6칸 1편성이다. 자료사진 / 사진=국가철도공단
예를 들어 신분당선 1단계(강남~정자)는 8량 정차가 가능한 역으로 건축되었지만, 2단계(정자~광교)와 3단계(강남~신사)는 6량 정차역으로 만들어졌다거나, 서해선에 KTX-이음(EMU-260)이 운행되어야 함에도 민자로 추진되고 있는 신안산선의 터널이 전동차만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건설되어, 최종 목적지인 여의도까지 운행이 어려워진 점 등 철도의 확장성에 장애물이 양산되고 있다.
현재 '철도안전법' 규제로서의 '형식승인'은 철도차량과 철도차량 부품에 한정되어 적용되지만, 표준화의 관점에서 보면 '형식승인'은 역사(驛舍), 터널, 신호 등 철도 모든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고, 이는 우리 철도의 확장을 순조롭게 도울 수 있다.
'철도안전법'의 '형식승인'은 미승인, 징계 등 처벌이 주요 목적이 되지만, 가칭 '철도표준화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표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김포골드라인과 같은 2량 전동차의 문제점을 사전에 심사해서, 확장성을 고려한 역사 규모와 열차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철도안전 담당 정부기구는 RSSB인데, 이 기구의 명칭은 '철도의 안전 및 표준 이사회(Rail Safety & Standards Board)'이다. 즉, 철도에 있어 안전과 표준화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어렵게 정착되고 있는 '형식승인제도'를 안전의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이제 표준화의 관점으로 전환하여, 철도의 영토를 더욱 확장하는 계기로 만들 시점이다.
/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럽 TSI 기반, 국가 간 철도운행 '상호호환'에 중점
韓 철도형식승인, 철도안전법 속해...미승인ㆍ처벌에 목적
철도서비스 확장 요구, 시설 표준화 검토 기반 마련돼야
철도 안전-표준 서로 연결..."표준화 유도ㆍ관리 무게둬야"
서해선을 달리는 KTX-이음. 개통 전 시설물 검증 등을 위해 시험운행에 투입된 열차다.
철도차량ㆍ용품의 형식승인제도가 도입되어 운용 중이다. 해당 법률의 내용은 이미 2004년 '철도안전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법률에 포함되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 상태였다.
그런데 2010년 운행이 시작된 KTX-산천의 잦은 장애와 2011년 2월 광명역 KTX 탈선에 대한 대응으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철도안전법'이 2012년 12월 전면 개정되었고, 2014년 3월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당시 개정문에 담긴 취지는 '세계 철도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경쟁 심화에 적극 대응하고, 철도차량ㆍ철도용품의 품질기준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비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형식승인제도가 도입된 이후, 차량에 의한 철도사고 및 장애 건은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2015년 호남고속철 개통, 2016년 수서고속철 개통 및 강릉선 개통 등 열차 운행이 많이 증가했음에도 차량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차량에 의한 철도사고 및 장애 건수 추이. / 출처=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형식승인제도'는 '철도안전'이 아닌 다른 형태로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형식승인제도'는 본래 유럽의 '상호운영성 기술기준(TSI, Technical Specification for Inter-operability)'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상호운영성'이란 통합된 하나의 유럽에서 차량(열차)이 다른 국가에서도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량 제작사에게 지키도록 하는 것이 '상호운영성 기술기준'인 것이다.
우리의 '철도안전법'의 하위법령인 '철도차량 기술기준'에 규정하고 있는 고속철도차량 기술기준, 일반철도차량 기술기준, 도시철도차량 기술기준 등은 모두 유럽의 '상호운영성 기술기준'을 모태로 우리 기술을 반영한 것이다.
즉 '형식승인제도'는 '철도안전법'에 있지만 운영되는 형태는 '표준화법'의 적용으로 볼 수 있다.
2004년 고속철도 개통, 서울도시철도 9호선 등의 성공은 우리 국민의 철도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증가시켰다. 이용객도 크게 늘어 일부 경전철과 공익서비스 노선을 제외하면, 열차 내 혼잡도가 매우 높다. 게다가 노선 연장, 역(驛) 신설, 직결 운행 등 철도서비스의 확장을 원하는 요구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시설에 대한 표준화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부분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신분당선 강남-신사 연장 구간 개통에 따라, 신규 투입한 전동차 내부. 6칸 1편성이다. 자료사진 / 사진=국가철도공단
예를 들어 신분당선 1단계(강남~정자)는 8량 정차가 가능한 역으로 건축되었지만, 2단계(정자~광교)와 3단계(강남~신사)는 6량 정차역으로 만들어졌다거나, 서해선에 KTX-이음(EMU-260)이 운행되어야 함에도 민자로 추진되고 있는 신안산선의 터널이 전동차만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건설되어, 최종 목적지인 여의도까지 운행이 어려워진 점 등 철도의 확장성에 장애물이 양산되고 있다.
현재 '철도안전법' 규제로서의 '형식승인'은 철도차량과 철도차량 부품에 한정되어 적용되지만, 표준화의 관점에서 보면 '형식승인'은 역사(驛舍), 터널, 신호 등 철도 모든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고, 이는 우리 철도의 확장을 순조롭게 도울 수 있다.
'철도안전법'의 '형식승인'은 미승인, 징계 등 처벌이 주요 목적이 되지만, 가칭 '철도표준화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표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김포골드라인과 같은 2량 전동차의 문제점을 사전에 심사해서, 확장성을 고려한 역사 규모와 열차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철도안전 담당 정부기구는 RSSB인데, 이 기구의 명칭은 '철도의 안전 및 표준 이사회(Rail Safety & Standards Board)'이다. 즉, 철도에 있어 안전과 표준화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어렵게 정착되고 있는 '형식승인제도'를 안전의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이제 표준화의 관점으로 전환하여, 철도의 영토를 더욱 확장하는 계기로 만들 시점이다.
/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